전체 글365 42세 도전의 추락, 우리는 무엇을 소비했나(‘열정’의 미학, 미디어의 자극, 위험을 대하는 태도) 기사 한 편이 사람의 마음을 순식간에 흔듭니다. “42세 스키 여제”, “끔찍한 추락”, “모두의 만류에도 올림픽 도전” 같은 문장들은 사실을 전달하기 전에 감정을 먼저 설계합니다. 읽는 우리는 충격을 느끼고, 안타까워하고, 때로는 ‘그래도 도전했으니 대단하다’ 혹은 ‘왜 무리했나’ 같은 판단을 서둘러 내립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멈춰야 합니다. 이 이야기는 단지 한 선수의 비극적인 사고인가요, 아니면 우리가 스포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만들어낸 익숙한 서사인가요. 린지 본이라는 이름이 크면 클수록, 사고를 다루는 문장도 더 커지고 더 자극적으로 부풀어 오릅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의 추가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입니다.원본 글은 하나의 흐름으로 독자를 .. 2026. 2. 11. 밀라노 설원의 은메달,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첫 메달의 환호, 400호의 숫자, 37세 베테랑의 서사) 밀라노 올림픽의 설원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 나왔다는 소식은 단숨에 사람들의 감정을 끌어올립니다. 특히 스노보드 알파인이라는 종목의 특성상, 결승선에서 0점 몇 초로 갈리는 결과는 더 극적으로 소비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일수록 한 발 떨어져 질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은메달’이라는 결과를 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그 결과 위에 덧씌워진 ‘서사’와 ‘숫자’와 ‘상징’을 보고 있는 걸까요. 김상겸이라는 이름이 만들어낸 감동은 분명 값지지만, 그 감동이 무엇을 가리고 무엇을 드러내는지까지 함께 바라볼 때 비로소 이 메달의 의미가 더 단단해집니다.원본 글은 첫 메달, 통산 400호, 37세 베테랑의 인간 승리, 랭킹 1위 격파, 그리고 이상호의 탈락이라는 대비를 한데 묶어 ‘국가적.. 2026. 2. 10. 가족을 지키려는 공개 경고, 디아즈가 ‘경찰’을 꺼낸 이유(침묵이 길었던 까닭, DM가 폭력이 되는 순간, 응원과 집착의 경계선) 선수의 인스타그램은 보통 밝은 사진과 짧은 근황으로 채워집니다. 경기장 밖에서도 “괜찮다”는 표정을 유지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끔, 그 밝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번에 르윈 디아즈가 올린 장문의 글은 바로 그 순간에 가까웠습니다. “경찰과 끝까지 간다”는 문장은 분노의 과장이 아니라, 더 이상 가족을 ‘개인적으로 참고 넘길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고백처럼 들립니다.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 모릅니다. 유명하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팬이 많으면 관심도 많고, 관심이 많으면 과한 말도 따라온다고. 하지만 그 말은 늘 가장 약한 사람에게 비용을 전가합니다. 선수 본인은 경기장에서 방어라도 할 수 있지만, 그의 아내와 가족, 반려동물은 경기장이 아닌 삶의 공간에서 공격을 받습.. 2026. 2. 9. 사과와 소송 사이, 박준현 논란을 ‘확정’하지 않는 법(사과가 해결이 되지 않는 이유, 1호 처분과 행정소송의 간극, 리그와 제도의 책임) 논란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빨리 결론을 내리고 싶어 집니다. “맞다” 혹은 “아니다” 같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폭력 의혹처럼 당사자의 삶과 명예, 피해의 기억, 제도의 절차가 동시에 얽힌 사안은 그렇게 정리될수록 더 많은 것을 놓치게 됩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사과’가 등장했음에도 논쟁이 끝나지 않았고,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다시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즉 감정과 절차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에서 박준현이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서 고개를 숙인 장면은, 그 속도 차이를 더 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부적절한 언행을 반성한다고 말했고, 드래프트 직후의 “떳떳하다”는 취지 발언도 안일했다고 정정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그는 .. 2026. 2. 8. 토트넘의 한국시장 플랜은 왜 자꾸 막히나(14위의 조급함, 이강인 임대 거절의 진짜 의미, 손흥민 이후의 빈칸) 이적시장에서는 ‘선수 이름’보다 ‘의도’가 더 빠르게 퍼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빅클럽이 특정 국적의 스타를 원한다는 말이 나오면, 축구적 필요보다 마케팅의 계산이 먼저 거론되곤 하죠. 이번 토트넘의 이강인 임대 문의 보도도 그런 흐름 위에 올라탔습니다. 성적이 흔들리고, 손흥민과의 작별 이후 상징이 비어버린 팀이 한국 시장을 다시 열기 위해 또 다른 한국 스타를 찾았다. 듣기 쉬운 서사입니다. 그러나 듣기 쉬운 서사일수록, 우리는 한 번 더 의심해봐야 합니다.의심은 “그럴 리 없다”는 냉소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적시장이라는 환경에서 가장 필요한 태도에 가깝습니다. 누군가는 정보의 조각을 흘리고, 누군가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포장하며, 누군가는 팬의 감정을 자극해 여론을 만들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 2026. 2. 7. 금메달 후보라는 말이 빨라질수록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금메달 프레임의 착시, 월드컵 3연승의 해석, 올림픽 직전 10대를 지키는 기대 사용법) “한국 설상 첫 올림픽 금메달 후보.” 이 문장은 듣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동시에, 어딘가 불편함도 남깁니다.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익숙하지 않았던 영역에서 ‘금’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붙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불편함이 남는 이유도 단순합니다. 올림픽이 가까워질수록, 금메달이라는 단어는 실력의 칭찬이 아니라 기대의 압박으로 바뀌기 쉽기 때문입니다.2008년생 최가온이 월드컵 하프파이프에서 시즌 3연승을 거두며 ‘가장 뜨거운 이름’이 된 흐름은 분명합니다. 출전한 대회마다 우승이라는 결과는 어떤 설명보다 강합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 금메달 확정” 같은 결론을 만들기보다, 그 결과가 올림픽이라는 단판 무대에서 같은 형태로 반복될 수 있는지, 반복되려면 무엇이.. 2026. 2. 6. 이전 1 2 3 4 ··· 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