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 이유를 묻는다면 예전의 나는 솔직히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것이다. 술을 즐기지 않고 담배는 피운 적도 없고, 식사도 조심하고 운동도 꾸준히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큰 병 없이 지내왔고 당장 불편한 곳도 없었다. 그래서 정기적인 검진은 어딘가 형식적인 절차처럼 느껴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해 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었을 때, 내 확신이 흔들렸다. 몸이 아프다고 말한 적도 없고 생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결과표 속 숫자는 내가 믿어온 ‘괜찮음’과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건강검진을 병을 찾는 행위로만 보지 않게 됐다. 오히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흐름을 확인하고, 내 일상을 조정하게 만드는 계기라는 쪽에 가까웠다. 나는 겁을 먹기보다는, 내가 놓치고 살던 생활의 단서를 결과지에서 찾기 시작했다.
1. 건강검진 이유를 내 기준이 흔들린 자리에서 다시 붙잡아 보게 됐다
건강검진 이유를 실감하게 만든 건 결과표의 한 줄이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이다. 처음에는 ‘검사 날 컨디션이 안 좋았나’ 같은 핑계로 넘기고 싶었다. 몸이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니었고, 일상생활이 무너질 만큼의 증상도 없었다. 하지만 숫자를 보고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나가기엔,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계속 걸렸다.
결과지를 다시 들여다보며 나는 내 생활을 아주 구체적으로 펼쳐 놓았다. 나는 늘 ‘건강에 나쁘다는 건 안 한다’는 식으로 자신을 평가해 왔다. 그런데 그 믿음은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었다. 늦은 시간에 식사를 마무리하는 날이 잦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식사 시간이 흔들리는 날도 많았다. 운동은 했지만 회복이나 휴식은 늘 뒤로 밀렸다. 나는 ‘운동을 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몸은 운동과 회복을 세트로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이거였다. 몸은 어느 날 갑자기 고장 나는 게 아니라, 작은 어긋남을 오래 쌓아 두다가 조용히 표시를 남긴다는 것. 그리고 건강검진은 그 표시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바꿔 주는 과정이라는 것. 그래서 건강검진 이유는 단순히 병을 찾기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살아온 방식이 지금 내 몸에 어떤 흔적으로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쪽이 더 정확하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나는 검진을 결과 발표로 끝내지 않고, 결과를 내 생활의 지도로 삼아 보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숫자 하나가 불안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숫자를 통해 내가 어떤 습관을 반복해 왔는지를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2. 몸신호관리는 아프지 않을 때일수록 더 미세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고 가장 혼란스러웠던 건 ‘왜?’였다. 나는 술도 거의 마시지 않았고, 야식을 자주 먹는 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내 몸이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생활을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니, 나는 ‘큰 잘못이 없으니 괜찮다’는 논리로 작은 신호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몸이 긴장한다는 걸 나는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그 긴장이 기본값처럼 굳어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머릿속이 바빴고, 하루를 정리하기보다 다음 날을 걱정하며 누워 있는 날도 많았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 몸은 쉬지 못한 채 다음 날을 맞이하게 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몸속에서는 ‘정리되지 않은 피로’가 쌓이고 있었던 셈이다.
또 나는 간편함을 이유로 가공된 음식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다.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늘 따라붙었다. 하지만 소량이라도 자주 반복되면 그것도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고정된다. 몸신호관리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시작되는 것 같았다. 큰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작은 선택들이 몸의 방향을 만든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신호는 대개 소란스럽지 않아서 더 쉽게 지나칠 수 있다는 것.
건강검진이 없었다면 나는 이런 신호를 계속 ‘성격 탓’이나 ‘일시적인 피로’로만 정리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잘 지내고,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안심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수치는 내 자기 평가와 달리 꽤 냉정했다. 그 냉정함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몸이 보내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조용하다는 걸 체감했다.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듣지 않으면 놓친다.
내 경험상 몸신호관리는 ‘불안해서’ 하는 관리가 아니었다. 내가 나를 과신하지 않기 위해 하는 관리에 가까웠다. 나는 생각보다 내 몸을 잘 모른다. 특히 증상이 없을 때는 더 그렇다. 그래서 나는 내 느낌만 믿지 않기로 했다. 느낌은 편리하지만, 때로는 너무 쉽게 나를 안심시키니까.
3. 생활의 변화는 결심이 아니라 확인하고 조정하는 리듬에서 시작됐다
검진 결과 이후 내가 바꾼 건 생활의 변화였지만, 방식은 극단적이지 않았다. 무엇을 당장 끊고 무엇을 무조건 해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면 오래 가지 못한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대신 나는 ‘몸의 신호를 기준으로 하루를 조정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게 내가 선택한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우선 식사 시간을 조금 더 일정하게 맞추려고 했다. 바쁘면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흔들리는 걸 당연하게 두지 않으려 했다. 늦은 저녁에는 양을 줄이거나 소화가 편한 쪽으로 선택했다. 단순하지만 이런 선택을 반복하는 것이 결국 생활의 형태를 바꾼다고 믿었다. 내가 바꾼 건 메뉴 몇 가지가 아니라, ‘내 몸이 부담을 느끼는 타이밍’을 자주 만들지 않는 습관이었다.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는 ‘했냐 안 했냐’에만 집중했다면, 그 이후에는 ‘지치지 않게 이어갈 수 있냐’로 기준이 옮겨갔다. 운동을 많이 하는 것보다, 회복을 포함해서 리듬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결과지를 통해 배운 느낌이었다. 나는 운동을 성과로만 보지 않고, 몸을 안정시키는 장치로 바라보게 됐다.
무엇보다 크게 달라진 건 마음이었다. 건강검진 전에는 막연히 ‘괜찮을 거야’라는 감각으로 지냈다. 그 감각은 편했지만, 그만큼 근거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 상태를 알고 있으니 조절할 수 있다는 안정감이 생겼다. 불안이 사라진 게 아니라, 불안을 다루는 방식이 바뀐 것이다. 모를 때는 상상이 커지고, 알 때는 조정이 가능해진다. 나는 그 차이를 생활 속에서 분명히 느꼈다.
몇 달 동안 생활을 조정한 뒤 다시 검진을 받았을 때, 수치가 서서히 안정되는 흐름을 보며 나는 확신이 생겼다. 주기적인 검진은 문제를 키우지 않게 해주는 안전장치 같았다. 큰 병을 발견하지 않아도, 지금의 방향이 맞는지 점검할 수 있는 기준이 되어 준다. 생활의 변화는 의지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확인하고 조정하는 리듬이 있어야 지속된다. 건강검진은 내게 그 리듬의 기준점이 됐다.
지금의 나는 건강검진 이유를 누군가에게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내 경험상, 검진은 겁을 주는 결과지가 아니라 내 생활을 조금 더 정확하게 설계하게 해주는 자료였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늘 조용하고, 그래서 나는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조금씩 조정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렇게 쌓인 생활의 변화가 결국 내 몸을 가장 현실적으로 지켜주는 방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