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혈압이라는 말을 처음부터 무섭게 느낀 것은 아니었다. 부모님 세대에 흔한 이야기쯤으로 생각했고,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변화라고 여겼다. 특히 어머니는 평소 활동량도 많고, 식사도 비교적 담백하게 드시는 편이라 혈압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담담하게 “혈압이 조금 높아서 약을 시작했어”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 말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놀란 건 약을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어머니가 여전히 ‘괜찮아 보였다’는 점이었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는데도 약이 필요하다는 상황이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때부터 고혈압을 단순히 ‘나이 들면 생기는 것’으로 정리하기 어려워졌다. 어머니를 곁에서 보며 느낀 건, 고혈압은 몸이 보내는 신호가 너무 조용해서 당사자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아프지 않으니 미루기 쉽고, 미루고 나면 어느 날 숫자로 확인하게 된다. 이 글은 어머니의 경험을 지켜보며 내가 체감한 고혈압 무서운 이유와, 증상 없는 변화가 왜 더 위험하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가족이 함께 고혈압 관리를 어떻게 생활로 옮겼는지를 내 시선으로 정리한 기록이다.
1. 고혈압 무서운 이유는 ‘갑자기 달라진 순간’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은 날’에 더 선명했다
고혈압 무서운 이유를 실감한 건 어머니의 생활이 크게 달라진 순간이 아니라, 너무도 평소와 다름없는 상태에서였다. 어머니는 특별히 어지럽다고 하신 적도 없었고, 숨이 차거나 가슴이 불편하다고 말씀하신 적도 없었다. 오히려 “난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그런데 정기 검진에서 혈압 수치가 계속 높게 나왔고, 결국 약을 권유받았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현실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머니가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라고 하신 말이 오래 남았다. 생활을 크게 잘못한 것도 없고, 본인 기준에서는 이미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믿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 말에는 억울함이라기보다 당황스러움이 섞여 있었다. ‘왜 내가?’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 고혈압은 더 무섭게 느껴졌다. 원인이 눈에 띄지 않고, 증상도 거의 없으니, 스스로는 계속 괜찮다고 판단하기 쉽다는 점 때문이다.
내가 무섭다고 느낀 건 ‘고혈압이 위험하다’는 지식이 아니라 ‘위험하다는 걸 느낄 틈이 없다’는 구조였다. 몸이 아프면 사람은 움직인다. 병원을 가고, 생활을 바꾸고, 주변에 도움을 구한다. 하지만 고혈압은 아프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방치가 더 자연스러워진다. 어머니처럼 일상을 잘 살아내는 사람일수록 “별일 없는데 약까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 수 있다. 나는 그 지점에서 고혈압 무서운 이유가 분명해졌다. 괜찮아 보이는 상태가 오히려 가장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2. 증상 없는 변화는 ‘관리의 타이밍’을 자꾸 늦추게 만들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어머니가 약을 드시기 시작한 이후, 자연스럽게 혈압이라는 숫자가 우리 대화 속에 들어왔다. 혈압을 재고, 오늘은 어땠는지 묻고,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식이다. 그런데 흥미로웠던 점은, 약을 드시기 전과 후의 일상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집안일을 하시고, 산책도 하시며, 겉으로 보기에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바로 이 점이 증상 없는 변화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어머니는 “아픈 것도 아닌데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혈압 관리가 왜 어렵게 느껴지는지 이해했다. 사람은 보통 불편함이 생겨야 움직이는데, 혈압은 불편함이 없어도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니 관리의 필요성을 스스로 납득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타이밍은 늦어질 수 있다.
나는 여기서 내 생활도 같이 돌아보게 됐다. 나는 고혈압을 ‘부모님 세대 이야기’로 분리해 놓고 있었는데, 어머니의 사례를 보니 그 분리는 믿을 만한 근거가 아니었다.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것과 몸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정기적인 확인이라는 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증상 없는 변화는 무섭게 다가오기보다, ‘늦추게 만드는 방식’으로 위험해진다. 나는 그게 가장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느꼈다.
3. 고혈압 관리는 어머니 혼자 감당하는 일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생활의 속도를 조정하는 일이었다
어머니가 약을 드시기 시작한 이후, 가족 전체의 생활도 조금씩 달라졌다. 어머니 혼자 조심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식탁의 간을 전체적으로 담백하게 바꾸고 외식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였다. 짠 반찬을 일부러 없애기보다는, 자주 먹지 않도록 조정하는 식이었다. 나는 이 변화가 의미 있다고 느꼈다. “어머니만 참아야 하는 식단”이 되면 관리가 오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족이 같은 방향을 공유하면, 관리가 ‘규칙’이 아니라 ‘생활의 분위기’가 된다.
운동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고혈압 환자에게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어머니에게 무리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형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이미 활동량이 많은 편이었지만, 그 활동이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으로만 채워져 있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운동을 더하자는 말보다, 쉬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산책처럼 부담 없는 활동을 권하면서도, 그 뒤에 편하게 쉬는 시간을 같이 넣으려 했다.
스트레스도 결국 생활의 속도와 연결돼 있었다. 어머니는 본인이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셨지만, 하루를 돌아보면 쉬는 시간 없이 움직이는 날들이 많았다. 나는 고혈압 관리가 단순히 ‘짜게 먹지 말자’가 아니라, 하루가 숨 돌릴 틈 없이 흘러가는 구조를 바꾸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관리 중”이라는 인식을 가족 모두가 공유하려 했다. 누군가에게는 약을 먹는 일이 마음의 부담이 될 수 있으니, 그 부담을 혼자 짊어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는 “예전보다 몸이 덜 무겁다”라고 말씀하셨고, 약에 대한 거부감도 점차 줄어들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고혈압 관리가 약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다시 확인했다. 약은 시작점일 수 있지만, 생활의 속도와 식탁의 방향, 쉬는 습관이 함께 움직여야 ‘관리’라는 말이 현실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의 경험은 나에게도 예방의 신호가 됐다. 나는 내 생활을 미리 돌아보게 됐고, 증상이 없을 때부터 확인하고 조정하는 습관이 왜 필요한지 더 분명히 알게 됐다.
어머니가 혈압약을 드시기 시작한 경험은 고혈압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바꿔놓았다. 고혈압은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라, 조용히 쌓이다가 어느 날 숫자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고혈압 무서운 이유는 공포가 아니라 ‘늦어지기 쉬움’에 있었다. 아프지 않다는 이유로 미루기 쉬운 관리지만, 내가 가족의 경험으로 알게 된 건 분명했다. 고혈압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지금의 생활을 점검하고 속도를 조정하라는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