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전설 벤 호건은 "매너가 나쁜 골퍼는 갤러리가 없는 곳에서도 실격패를 당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골프는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입니다. 스스로 벌타를 매기고, 남을 배려하는 '신사도(Gentlemanship)'가 없다면 그저 막대기로 공을 치는 놀이에 불과합니다.
체육학 전공자로서 골프 수업을 할 때, 저는 스윙 기술보다 에티켓을 먼저 가르칩니다. 스윙이 엉성한 것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진행이 느리거나 매너가 없는 것은 용서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비즈니스 골프에서 계약이 성사되느냐 마느냐는 18홀 동안 보여주는 '태도'에서 결정됩니다.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는 동반자에게 사랑받는 '센스 있는 매너'와, 주말 골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최신 개정 룰(Rule)'을 총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슬로우 플레이는 죄악이다: '레디 골프(Ready Golf)'의 정석
현대 골프에서 가장 강조하는 미덕은 '속도(Pace of Play)'입니다. 한국 골프장은 진행 간격이 7분 정도로 매우 타이트합니다. 혼자 시간을 다 쓰면 뒷 팀은 물론 동반자의 리듬까지 깨트리게 됩니다.
(1) '아너(Honor)'만 기다리지 마세요
과거에는 전 홀에서 스코어가 가장 좋은 사람(아너)이 무조건 먼저 쳤습니다. 하지만 최근 R&A와 USGA는 '준비된 사람 먼저 치는 레디 골프'를 강력히 권장합니다. 동반자가 준비 중이라면 눈치 보지 말고 "제가 먼저 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치세요. 이것이 센스입니다.
(2) 이동은 빠르게, 샷은 신중하게
공을 치고 나서 카트를 타러 갈 때, 혹은 공을 찾으러 갈 때는 경보하듯 빠르게 걷거나 뛰어야 합니다. 대신 샷을 하기 직전(프리샷 루틴)에는 충분히 시간을 써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습니다. 최악의 골퍼는 이동할 때 느릿느릿 걷다가, 샷 할 때만 급하게 치는 사람입니다.
(3) 미리 준비하는 습관
남이 칠 때 멍하니 구경만 하지 마세요.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거리 측정, 클럽 선택, 장갑 착용, 연습 스윙까지 모두 끝내놔야 합니다. 내 차례가 되면 바로 타석에 들어서서 20초 안에 샷을 끝내는 것이 '싱글 플레이어'의 기본 소양입니다.
2. 우정은 그린에서 갈린다: 섬세한 그린 에티켓
그린은 가장 예민한 공간입니다. 사소한 행동 하나가 동반자의 퍼팅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1타 차이로 내기가 걸려 있다면 싸움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 라이(Line) 밟지 않기: 동반자의 공과 홀컵을 잇는 가상의 선(퍼팅 라인)을 밟는 것은 금기입니다. 스파이크 자국으로 인해 공의 궤도가 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반자의 뒤쪽으로 돌아서 다니는 습관을 들이세요.
- 그림자 테러 주의: 해가 떠 있는 위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동반자가 퍼팅 어드레스를 했는데 내 그림자가 홀컵이나 공 근처를 덮고 있다면 시각적으로 큰 방해가 됩니다. 조용히 비켜주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 피치 마크(Pitch Mark) 수리: 내 공이 그린에 떨어져서 생긴 움푹 파인 자국(볼 마크)은 내가 수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캐디님이 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수리기(그린 보수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쓱쓱 고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이 작은 행동 하나가 여러분의 품격을 높여줍니다.
3. "볼!!" 외침의 중요성과 안전지대 확보
골프공은 흉기입니다. 타구 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습니다.
내 공이 옆 홀로 넘어가거나 사람이 있는 쪽으로 날아간다면, 창피해하지 말고 목청껏 "볼~~~!!" 또는 "포어(Fore)!!"라고 외쳐야 합니다. 이 외침 한 번이 사람의 생명을 구합니다. 반대로 "볼!" 소리가 들리면 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즉시 머리를 감싸고 웅크려야 합니다.
또한, 동반자가 샷을 할 때는 절대 시야 앞쪽이나 등 뒤쪽에 서 있으면 안 됩니다. 가장 안전하고 매너 있는 위치는 플레이어의 정면(가슴 쪽) 45도 대각선 방향입니다. 시야에도 걸리지 않고 공에 맞을 확률도 0%인 곳입니다.
4. "어? 그거 룰 바뀌었어요": 알아두면 유식해 보이는 개정 규칙
2019년과 2023년에 골프 규칙이 대대적으로 개정되었습니다. 옛날 규칙을 고집하면 '꼰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핵심 3가지만 기억하세요.
- 드롭(Drop)은 무릎 높이에서: 예전에는 어깨 높이에서 공을 떨어뜨렸지만, 이제는 무릎 높이에서 떨어뜨려야 합니다. 더 낮아졌기 때문에 공이 굴러가서 다시 드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었습니다.
- 깃대 꽂고 퍼팅 가능: 예전에는 그린 위에서 깃대를 맞추면 벌타였지만, 이제는 깃대를 꽂은 채로 퍼팅해도 벌타가 없습니다. 롱퍼팅 시 거리감을 잡기 위해 꽂고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 공 찾는 시간은 3분: 기존 5분에서 3분으로 줄었습니다. 3분이 지나도 못 찾으면 로스트볼(Lost Ball) 처리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 (로컬룰) OB 구역 전진 플레이: 원래 OB가 나면 쳤던 곳으로 돌아가서 다시 쳐야(3타째) 하지만, 아마추어 편의상 공이 나간 지점 인근 페어웨이에서 2벌타를 받고(4타째) 칠 수 있습니다. 이를 적극 활용하여 진행 속도를 높이세요.
5. 대장정을 마치며: 골프는 인생이다
지금까지 총 9편의 글을 통해 체육학 전공자의 시각에서 골프의 A to Z를 다루어 보았습니다.
- 1편: 트레이닝 (몸 만들기)
- 2편: 지면 반력 (비거리 역학)
- 3편: 래깅과 릴리즈 (아이언 기술)
- 4편: 숏게임 (스핀과 거리감)
- 5편: 퍼팅 (심리와 그린 리딩)
- 6편: 코스 매니지먼트 (전략)
- 7편: 장비학 (피팅)
- 8편: 의학 (부상 방지)
- 9편: 에티켓 (매너)
골프는 '나를 이기는 게임'이자 '동반자와 함께 걷는 게임'입니다. 기술을 익혀 타수를 줄이는 즐거움도 크지만, 좋은 사람들과 푸른 잔디를 밟으며 웃을 수 있는 행복이 골프의 진짜 매력 아닐까요?
제 블로그의 글들이 여러분이 '매너 있는 싱글 골퍼'로 성장하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필드 위에서 건강하고 즐거운 골프 라이프 되시길 응원합니다. 다음글은 다른 시리즈로 다시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체육 전공 골퍼, '스포츠가 좋아요'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