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 처음 나가면 마치 외국에 온 것 같습니다. "김 대리, 오늘 '라베' 찍겠는데?", "거기는 '오비'니까 '잠정구' 하나 치고 가세요", "이번 판은 '오장'이야."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오갑니다.
골프는 룰을 지키는 스포츠이자, 동반자와 대화를 나누는 사교의 장입니다. 공을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골프 용어와 문화를 이해하면 훨씬 더 즐겁고 센스 있는 골퍼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어디서 물어보기 부끄러웠던 골프 기초 용어의 유래부터, 한국 골프장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내기 골프 은어'까지 속 시원하게 해석해 드리겠습니다.

1. 새(Bird)들의 향연: 스코어 용어의 유래
골프 스코어 용어에는 유독 새 이름이 많습니다. 그 유래를 알면 외우기 쉽습니다.
- 버디 (Birdie): 기준 타수보다 1타 적게 친 것(-1). 19세기 미국 속어에서 "That's a bird!"는 "대단한데!", "멋진데!"라는 뜻이었습니다. 샷이 너무 멋져서 새처럼 날아갔다는 의미에서 유래했습니다.
- 이글 (Eagle): -2타. 작은 새(Bird)보다 더 크고 높이 나는 '독수리'입니다.
- 알바트로스 (Albatross): -3타. 파5 홀에서 2번 만에 넣는 기적 같은 샷입니다. 독수리보다 더 크고 멀리 날며, 멸종 위기종이라 보기 힘들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미국에서는 '더블 이글'이라고도 합니다.)
- 보기 (Bogey): +1타. 스코틀랜드 전설 속 도깨비 '보기맨(Bogey Man)'에서 유래했습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기준 타수(Par)를 의미했으나, 나중에는 1타 더 친 것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2. "멀리건 하나 주세요": 진행 필수 용어
라운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용어들입니다.
(1) 멀리건 (Mulligan)
티샷이 실수했을 때 벌타 없이 한 번 더 치게 해주는 '기회'입니다. 정식 룰에는 없지만 아마추어 골프의 미덕이죠.
유래: 1930년대 데이비드 멀리건이라는 호텔리어가 티샷을 실수하고 "출근하느라 몸을 못 풀었으니 한 번 더 치게 해달라"고 우긴 데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2) 컨시드 (Concede) = 오케이(OK)
매치플레이에서 "다음 퍼팅은 들어간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는 "오케이 받았다"고 표현합니다. 보통 퍼터 그립 길이(약 30cm) 안쪽이나, 홀컵 주변 원(Circle) 안에 들어가면 줍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함입니다.
(3) 잠정구 (Provisional Ball)
공이 숲으로 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애매할 때, "가서 없으면 다시 와서 칠게요"라고 하면 진행이 너무 늦어집니다. 이때 "잠정구 하나 치고 가겠습니다"라고 선언하고 그 자리에서 하나 더 치고 나가는 것이 매너입니다.
3. 한국에만 있다? 살벌하고 재밌는 '내기 은어'
한국 골프는 '내기'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돈을 따려는 목적보다 긴장감을 주기 위함입니다.
(1) OECD 가입
내기에서 돈을 너무 많이 딴 사람에게 적용하는 페널티(규제)입니다. "너 돈 많이 벌었으니 이제 선진국(OECD) 클럽에 가입해서 혜택을 반납해라"라는 뜻입니다.
보통 일정 금액 이상 따면 [O(오비), E(이글/벙커), C(컨시드 금지), D(더블/트리플 보기)]가 나올 때마다 벌금을 토해내게 합니다. 딴 돈을 다시 돌려주게 만드는 평화 유지 장치입니다.
(2) 오장 (O-Jang)
타당 내기의 금액 단위입니다. '오'천 원, '장'(1만) 원을 뜻합니다.
기본적으로 1타당 5천 원을 주고받지만, 파를 못 하거나(트리플 보기 이상) 3명이 비기면 판돈이 커져서 1타당 1만 원(장)이 되는 방식입니다. 꽤 큰 내기이므로 초보자는 주의해야 합니다.
(3) 구찌 (Mouth Play)
입으로 하는 방해 공작입니다. 상대가 샷을 하려는데 "어? 거기 물 있는데?"라고 속삭여서 멘탈을 흔드는 행위입니다. 친한 친구 사이에는 재미지만, 비즈니스 골프에서는 절대 삼가야 할 비매너입니다.
(4) 일파만파
첫 홀은 몸이 안 풀렸으니, 한 명이 파(Par)를 하면 나머지 3명도 모두 파를 한 것으로 스코어를 적어주는 한국 특유의 접대 문화입니다. "첫 홀은 일파만파로 하시죠"라고 캐디님이 먼저 제안하기도 합니다.
4. 초보도 낄 수 있는 쉬운 내기 게임
타당 내기가 무섭다면 이런 게임을 제안해 보세요.
- 뽑기 (Joker): 홀마다 통에 들어있는 막대기(OECD 막대)를 뽑습니다. 같은 색을 뽑은 사람끼리 편이 됩니다. 조커(Joker)를 뽑은 사람은 타수에 상관없이 무조건 이기거나 혜택을 받습니다. 실력보다 운이 작용해서 초보자도 돈을 딸 수 있습니다.
- 스킨스 (Skins): 홀마다 상금을 걸고, 그 홀에서 가장 잘 친 1명이 독식하는 방식입니다. 비기면 상금은 다음 홀로 이월(Carry Over)됩니다. 이월된 상금을 먹기 위해 눈에 불을 켜게 됩니다.
5. 글을 마치며
골프 용어에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해학이 담겨 있습니다. "멀리건은 유래가 호텔리어래~"라고 아는 척 한마디 던지면, 카트 안의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용어는 "굿 샷(Good Shot)!"과 "볼(Ball)~!"입니다. 동반자가 잘 치면 크게 칭찬해 주고, 위험할 땐 크게 소리쳐주는 것이 골프 에티켓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이제 진짜로 골프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드렸습니다. 혹시나 "나는 골프 말고 다른 운동도 궁금한데?"라고 생각하시나요?
체육 전공자로서 골프뿐만 아니라 테니스, 수영, 웨이트 트레이닝 등 다양한 스포츠의 메커니즘을 분석해 드릴 수 있습니다. 원하시는 종목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여러분의 즐거운 스포츠 라이프를 응원합니다. 이상 '스포츠가 좋아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