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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소송 사이, 박준현 논란을 ‘확정’하지 않는 법(사과가 해결이 되지 않는 이유, 1호 처분과 행정소송의 간극, 리그와 제도의 책임)

by rootingkakao 2026. 2. 8.

사과와 소송 사이, 박준현 논란을 ‘확정’하지 않는 법

논란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빨리 결론을 내리고 싶어 집니다. “맞다” 혹은 “아니다” 같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폭력 의혹처럼 당사자의 삶과 명예, 피해의 기억, 제도의 절차가 동시에 얽힌 사안은 그렇게 정리될수록 더 많은 것을 놓치게 됩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사과’가 등장했음에도 논쟁이 끝나지 않았고,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다시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즉 감정과 절차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에서 박준현이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서 고개를 숙인 장면은, 그 속도 차이를 더 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부적절한 언행을 반성한다고 말했고, 드래프트 직후의 “떳떳하다”는 취지 발언도 안일했다고 정정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그는 행정심판 단계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된 일부 내용 가운데 ‘욕설 DM’은 작성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과의 언어와 다툼의 언어가 같은 인터뷰 안에 함께 들어간 순간, 사건은 오히려 더 복잡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태도는 누군가를 즉시 단죄하거나 즉시 면죄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확인된 사실이고 무엇이 아직 다툼 중인 주장인지 구분하며 바라보는 ‘의심의 거리’입니다.

사과가 해결이 되지 않는 이유

사과는 종종 마침표로 기대됩니다. 팬과 대중은 “사과했으니 끝” 혹은 “사과했는데도 왜 계속하냐”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사과는 사건을 끝내는 도구가 아니라, 사건을 다루는 방식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번 사안에서 사과가 해결이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사과가 겨냥한 대상과 사과가 요구되는 절차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오슝 인터뷰에서 박준현이 언급한 ‘죄송함’은 구단과 리그 팬을 향한 메시지로 읽힙니다. 이는 프로 선수로서 논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중에게 내놓는 책임의 형식입니다. 그러나 피해를 주장하는 측이 원하는 것은 대중적 유감 표명이 아니라, 자신이 겪었다고 말하는 피해에 대한 구체적 인정과 회복의 방식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간극이 존재하면, 사과는 진심의 크기와 무관하게 ‘필요한 자리’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사과가 ‘사실관계의 확정’과 별개로 소비된다는 점입니다. 박준현은 “여미새” 발언은 인정하며 상처를 줬다고 말했지만, 행정심판 재결문에 언급된 다른 요소에 대해서는 부인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사과가 “내가 잘못했다”의 선언이 아니라 “일부는 인정하지만 일부는 다툰다”의 신호로 읽힙니다. 그러면 사과는 오히려 논쟁의 끝이 아니라 논쟁의 출발점이 됩니다. 누군가는 “인정했으니 책임져야 한다”로, 누군가는 “부인하는 부분이 있으니 결론을 유보해야 한다”로 해석하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결국 사과가 해결이 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 사건이 ‘감정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절차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감정은 빠르게 정리되길 바라지만, 절차는 느리고, 느린 만큼 세부를 요구합니다. 그 사이에서 사과는 쉽게 오해받고 쉽게 이용됩니다.

1호 처분과 행정소송의 간극

이번 사건의 큰 줄기는 “학폭 아님”으로 결론 났던 판단이 행정심판 단계에서 뒤집혀 1호 처분(서면 사과)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1호 처분을 이행하지 않은 채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이 제기되면서 논쟁이 길어졌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1호 처분의 ‘가벼움’과 소송의 ‘무거움’이 같은 화면에 놓였다는 점입니다.

1호 처분은 가장 낮은 수위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정도면 크게 문제없다는 뜻 아니냐”로 보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폭력으로 인정됐는데 처분이 너무 약하다”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미 여기서 프레임이 갈립니다. 그런데 박준현 측이 선택한 대응은 ‘서면 사과 제출’이 아니라 ‘행정소송’이었습니다. 대중은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을 갖게 됩니다. “가장 낮은 처분인데 왜 다투는가.” 이 질문이 ‘긴 싸움 시작’이라는 제목을 가능하게 만든 배경일 겁니다.

하지만 소송이 곧바로 ‘반성 없음’이나 ‘책임 회피’라고 단정되기도 어렵습니다. 박준현 측이 부인하는 부분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에게 소송은 “사실관계 중 특정 쟁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선택이 사회적으로는 매우 다른 의미로 읽힌다는 점입니다. 법적 다툼은 절차적으로 정당할 수 있지만, 사회적 인식에서는 ‘사과를 피했다’는 인상으로 곧장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사과 기한이 지나 서면 사과가 접수되지 않았다는 흐름이 알려지면, 절차의 선택은 곧 태도의 평가로 바뀝니다.

더 복잡한 지점은 ‘기록’입니다. 1호 처분은 이행하면 졸업 뒤 생활기록부에서 삭제되는 구조라는 비판이 함께 제기됩니다. 이 구조를 문제 삼는 시각에서는 “낮은 처분일수록 쉽게 지워지고, 프로 진출에도 제약이 없다”는 불균형을 강조합니다. 반대로 절차를 중시하는 시각에서는 “가벼운 처분이기 때문에 제도상 그에 맞게 정리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즉 1호 처분을 둘러싼 논쟁은 개인의 사건을 넘어, 제도가 ‘무엇을 보호하고 무엇을 드러내도록 설계됐는가’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1호 처분과 행정소송의 간극은 단순히 법률 용어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요구하는지의 차이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처분이 내려졌으면 이행이 먼저”라고 보고, 어떤 사람들은 “쟁점이 남아 있다면 다툴 권리도 있다”라고 봅니다. 이 간극을 줄이려면 결국 사실관계의 공개 범위와 절차의 설명이 더 투명해져야 합니다. 투명하지 않을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쪽으로만 단정합니다.

리그와 제도의 책임

이 사건이 더 크게 번진 이유는, 주인공이 ‘학생’이 아니라 ‘프로 1순위 신인’이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드래프트 1순위, 큰 계약금, 즉시 캠프 합류. 이 모든 요소는 사건을 개인의 사과 문제에서 ‘프로 스포츠의 윤리 문제’로 확장시킵니다. 구단이 그를 캠프 명단에 포함시킨 선택 역시 같은 선상에서 읽힙니다. 구단은 무죄 추정 원칙과 훈련 기회 보장을 이유로 들었다고 하지만, 팬들은 “그 원칙이 피해자의 경험을 지우는 방식으로 쓰이는 건 아닌가”라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KBO와 구단의 역할은 여기서 갈립니다. 리그는 공정과 보호의 기준을 세우는 곳이고, 구단은 선수의 성장과 관리의 책임을 지는 곳입니다. 그런데 학폭 논란이 발생하면, 두 조직 모두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문장으로 뒤로 물러나기 쉽습니다. 그 문장은 안전하지만, 동시에 공백을 만듭니다. 그 공백을 메우는 건 결국 추측과 분노, 그리고 정치적 언어입니다.

실제로 이 사안은 국회로까지 번졌다고 합니다. ‘박준현 방지법’이라는 이름이 거론되고, 낮은 징계의 기록이 쉽게 사라지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 번 더 의심해야 합니다. 법을 바꾸자는 요구가 모두 정당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할 수 있지만, 특정 사건의 이름으로 제도를 밀어붙일 때는 감정이 설계를 압도할 위험도 있습니다. 반대로 특정 사건이 아니면 제도 개선이 영원히 미뤄지는 현실도 존재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이 사건이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는가’와 동시에 ‘그 개선이 누군가의 권리를 과잉 침해하지 않는가’를 함께 보자는 균형입니다.

그리고 리그 차원의 책임은 결국 “어떤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보호할 것인가”로 돌아옵니다. 선수는 젊고, 미래가 길고, 스포츠는 성과 중심입니다. 하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미래”라는 말로 현재의 고통이 가려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리그가 해야 할 일은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최소한의 보호와 교육, 재발 방지 장치를 분명히 제시하는 것입니다.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을 언급하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어떤 기준으로 적용하는지까지 드러나야 ‘관리’가 말이 아니라 구조가 됩니다.

결론

박준현이 가오슝에서 고개를 숙인 장면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논란 속에서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고, 일부 언행을 부적절했다고 인정했으며, 과거 발언을 정정했습니다. 그러나 그 의미가 곧바로 ‘해결’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사과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처분과 소송, 기록과 제도, 리그와 구단의 책임이 겹쳐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확정의 속도’입니다. 누군가는 이미 모든 것을 단정하고, 누군가는 이미 모든 것을 부정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확인한 것은 제한적입니다. 행정심판에서 1호 처분이 내려졌고, 서면 사과가 기한 내 제출되지 않았다는 흐름이 있으며,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이 제기됐고, 박준현은 일부를 인정하면서 일부를 부인했습니다. 이 정도가 현재까지 공개된 핵심입니다. 그 밖의 영역은 여전히 다툼의 영역이거나, 더 많은 자료와 설명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가장 현실적인 태도는, 감정을 키우기보다 절차와 책임을 선명하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측의 문제 제기는 가볍게 취급되어서는 안 되고, 동시에 사실관계의 다툼이 있는 부분은 절차적으로 검증되어야 합니다. 구단과 리그는 “기다리겠다”에 머물지 말고, 기다리는 동안 어떤 원칙으로 선수를 다루고 어떤 방식으로 팬과 사회에 설명할지 구조를 보여줘야 합니다. 제도는 단번에 바뀌지 않지만, 설명과 투명성은 지금 당장 바꿀 수 있습니다.

결국 “긴 싸움”이라는 말이 맞다면, 그 싸움은 한 개인의 소송전만을 뜻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단정과 추측이 사실을 압도하는 구조, 피해와 절차가 서로를 침묵시키는 구조, 그리고 프로 스포츠가 윤리 문제 앞에서 늘 같은 문장으로만 뒤로 물러나는 구조일 겁니다. 그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비슷한 사건은 또 반복되고, 또 다른 이름이 또 다른 법의 별칭이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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