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나이키(Nike)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브레이킹 2(Breaking2)’**는 인류가 마라톤(42.195km) 기록을 2시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도전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당시 세계 기록은 2시간 2분 57초였으며, 많은 과학자들은 2시간의 벽을 생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엘리트 선수들의 경주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최첨단 과학 기술, 생리학적 지식, 그리고 인간의 불굴의 의지가 결합하여 인류의 한계를 시험하는 과정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케냐의 마라톤 영웅 **엘리우드 킵초게(Eliud Kipchoge)**를 중심으로, 이 다큐멘터리는 한계 돌파를 위한 도전 자체가 가진 숭고한 가치와, 완벽을 향한 치밀한 노력의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인간 한계의 과학적 도전: 통제된 완벽
‘브레이킹 2’는 일반적인 마라톤 대회가 아닌, 인간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통제된 실험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나이키는 이 도전을 위해 과학자, 엔지니어, 영양사, 생리학자 등 수많은 전문가로 구성된 드림팀을 꾸렸습니다. 이들은 이탈리아 몬자(Monza)의 경주 트랙을 마라톤에 최적화된 장소로 선정했고, 기상 조건부터 코스 경사, 심지어 공기의 저항까지 모든 변수를 최소화하고 통제했습니다. 이는 스포츠 이벤트라기보다는 인류 기록 달성을 위한 치밀한 과학 실험에 가까웠습니다.
도전의 핵심 과학 요소 중 하나는 **‘기술’**입니다. 나이키는 선수들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탄소 섬유 플레이트와 혁신적인 폼을 사용한 경량 러닝화(당시 Vaporfly 4%)를 개발했습니다. 영화는 이 신발이 선수들의 효율을 얼마나 높이는지 과학적인 데이터를 통해 설명합니다. 또한, 선수들의 수분 섭취와 영양 공급을 위한 맞춤형 음료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수 설계된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속도 조절 선수) 집단의 운용 방식도 상세히 보여줍니다. 특히, 페이스메이커들이 바람을 막아주는 V자 대형으로 끊임없이 교체 투입되는 모습은, 개인의 능력과 첨단 팀워크가 어떻게 융합되어 불가능에 도전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도전의 주역은 엘리우드 킵초게(케냐), 젤리드 레게세(Zersenay Tadese, 에리트레아), 릴리사 데시사(Lelisa Desisa, 에티오피아) 세 명의 엘리트 선수였습니다. 영화는 이들이 기록에 도전하기 위해 겪는 훈련과정을 보여주며, 이들이 단순한 신체 능력을 넘어 극한의 정신력으로 2시간의 장벽에 도전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의 잠재력이 과학과 기술의 도움을 받아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에 대한 거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마라톤 2시간 장벽: 인류 역사의 마지막 경계
마라톤 2시간의 장벽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 인류 역사의 상징적인 경계였습니다. 영화는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2시간 기록이 왜 생리학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지 설명합니다. 인간의 최대 산소 섭취량(VO2 max), 젖산 역치 등 생체역학적 데이터를 동원하여, 이 도전이 얼마나 무모하고 엄청난 수준의 능력을 요구하는지 객관적으로 제시합니다. 이 배경 지식은 관객이 최종 도전을 단순한 경주가 아닌, 인류의 한계에 대한 시험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최종 도전 당일, 킵초게와 페이스메이커들의 질주는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이들은 목표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1km당 2분 51초라는 경이적인 속도를 쉼 없이 유지해야 했습니다. 특히 킵초게는 가장 안정적이고 통제된 움직임을 보여주며 도전을 이끌어갑니다. 영화는 킵초게의 표정, 그의 훈련 일지, 그리고 그의 침착한 태도를 통해 육체적인 고통을 뛰어넘는 정신적인 평정심이 그의 성공의 핵심 요소임을 강조합니다. 그는 이 도전을 **'역사를 새로 쓰는 일'**로 여기며, 인간의 영감을 확장하는 고차원적인 목표로 삼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킵초게는 아쉽게도 2시간 장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2시간 25초라는 당시 세계 최고 기록(비공인)을 세우며 인류가 2시간 장벽에 가장 근접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이 결과는 실패가 아닌, 성공에 대한 확신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도전은 마라톤계에 엄청난 영감을 주었고, 이후 킵초게가 2019년 ‘이네오스 챌린지(Ineos 1:59 Challenge)’에서 비공식적으로 2시간 장벽을 돌파하는 데 결정적인 밑거름이 됩니다.
팀워크와 기술의 융합: 개인을 넘어선 집단지성의 승리
‘브레이킹 2’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한계 돌파가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집단지성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킵초게의 뒤를 받치는 수많은 페이스메이커들—그들 역시 세계적인 엘리트 선수들—은 자신의 기록이 아닌, 인류의 기록 달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헌신합니다. 이들의 이타적인 팀워크와 완벽한 대형 유지는 이 도전의 성공에 필수적이었습니다.
또한, 나이키라는 거대 기업이 가진 기술력과 자본력이 **연구개발(R&D)**에 투입되어 인간의 잠재력을 실제로 끌어올리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스포츠 스타의 고군분투를 담는 기존의 서사를 넘어, 스포츠가 기술과 과학이라는 산업적 프론티어와 어떻게 결합하여 새로운 시대를 여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도전은 마라톤화의 혁명을 가져왔고, 이후 모든 러닝화의 기술 표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처럼 '브레이킹 2'는 21세기 스포츠가 기술, 과학, 그리고 인간의 협력 없이는 더 이상 진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킵초게는 경주 후 **“인간에게는 한계가 없다”**는 명언을 남깁니다. 그의 이 말은 도전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영감을 증명하려는 이 프로젝트의 정신을 집약적으로 보여줍니다. 2시간 벽 돌파는 스포츠계의 역사적인 사건을 넘어, 인간이 이룩할 수 있는 성취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2시간의 벽은 깨졌다, 가능성의 이름으로
‘브레이킹 2’는 마라톤 2시간이라는 장벽 앞에서, 인간의 의지, 과학적 지식, 그리고 집단적 협력이 어떻게 결합하여 불가능을 가능성으로 바꾸어 놓는지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 킵초게의 질주는 단순한 경주가 아니라, 인류가 한계에 도전할 때 필요한 모든 요소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육체적인 벽을 넘어서는 정신적인 힘과, 완벽을 향한 치밀한 계획만이 궁극적인 성취를 가져올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