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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인시던트와 고의적 충돌 사이의 모호한 경계, 트랙 리밋 규정의 일관성 문제와 팬들의 혼란, 그리고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의 판정이 만드는 서사

by rootingkakao 2026. 1. 27.

치열하게 코너를 돌며 순위 경쟁을 하는 두 대의 F1 경주차와 스파크가 튀는 긴장감 넘치는 레이스 장면

F1이라는 세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저를 가장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복잡한 기술 용어나 타이어의 종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트랙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판단하는 '심판의 기준'이었습니다. 축구나 야구처럼 명확한 파울 라인이나 스트라이크 존이 존재할 것이라 믿었던 제 기대는, 첫 번째 충돌 사고를 목격한 순간 산산조각 났습니다. 분명 뒤따르던 차가 앞차를 들이받아 튕겨 나갔는데, 심판진인 스튜어드는 이를 처벌하지 않고 그저 '경기의 일부'라며 넘어갔습니다. 반면, 치열한 순위 싸움 도중 아주 살짝 라인을 벗어났을 뿐인데 가혹한 시간 페널티를 받아 순위가 뒤바뀌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반칙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것일까요? 텔레비전 화면을 붙들고 "이게 왜 벌이야?" 혹은 "저게 왜 무죄야?"라고 소리쳤던 기억, F1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드라이버의 실력만큼이나 레이스의 결과를 좌우하지만, 입문자에게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았던 그 판정의 세계. 오늘은 제가 겪었던 혼란을 바탕으로 F1 판정이 왜 그토록 애매하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왜 완벽할 수 없는지에 대해 시청자의 시선에서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레이싱 인시던트와 고의적 충돌 사이의 모호한 경계

가장 먼저 부딪히는 난관은 사고의 책임을 묻는 기준, 즉 '레이싱 인시던트(Racing Incident)'라는 개념입니다. 일반적인 도로 교통법규의 관점에서 보면, 뒤에서 받은 차가 100% 과실이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F1에서는 두 차량이 충돌해 한쪽이 리타이어를 하더라도, 어느 한쪽의 명백한 잘못이 아니라면 '경주 중에 일어날 수 있는 통상적인 사고'로 처리하고 페널티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문자 입장에서 이것은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논리입니다. 피해자는 발생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가 응원하는 드라이버가 억울하게 경기에서 탈락했는데, 원인을 제공한 상대방은 아무런 제재 없이 레이스를 계속해 포디움에 오르는 모습을 볼 때면 분통이 터집니다.

이 판단의 기저에는 '코너에 대한 권리(Right to the corner)'라는 복잡하고 미묘한 규정이 숨어 있습니다. 코너에 진입할 때 누가 더 앞서 있었느냐, 누가 안쪽 라인을 선점했느냐에 따라 우선권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시속 300km로 달리는 차들이 0.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에 코너를 돌아나가는 상황에서, 누가 더 앞서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하지 않습니다. 앞바퀴가 상대의 뒷바퀴보다 조금이라도 앞서 있으면 권리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차체가 앞서야 권리가 있는 것인지, 그 기준은 매년, 그리고 상황마다 미묘하게 다르게 적용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해설진들조차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방구석 1열의 시청자가 이를 완벽히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공간을 남겨두라'는 규정입니다. 공격하는 드라이버는 수비하는 드라이버를 위해, 수비하는 드라이버는 공격하는 드라이버를 위해 트랙 위에 최소한의 공간을 남겨야 합니다. 하지만 그 공간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드라이버는 무전으로 "공간이 없었다(He pushed me off)"고 소리치고, 상대방은 "충분히 남겨줬다"라고 반박합니다. 스튜어드는 수십 개의 카메라 앵글과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분석해 결론을 내리지만, 그 결론이 팬들의 직관과 일치하지 않을 때가 너무나 많습니다. 결국 레이싱 인시던트와 페널티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이며, 그 모호한 경계선 위에서 레이스의 운명이 갈린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트랙 리밋 규정의 일관성 문제와 팬들의 혼란

두 번째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리고 여전히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것은 '일관성'의 문제입니다. 지난번 그랑프리에서는 분명 비슷한 상황에서 5초 페널티를 줬는데, 이번 그랑프리에서는 경고인 '블랙 앤 화이트 플래그'로 끝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됩니다. 똑같이 흰 선을 넘었는데, 어느 코너에서는 엄격하게 잡아내고 어느 코너에서는 눈감아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 '트랙 리밋(Track Limits)' 규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F1 팬들 사이에서 영원한 논쟁거리이자 피로감을 주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트랙의 경계인 흰 선을 네 바퀴가 모두 벗어나면 기록이 삭제되거나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규칙 자체는 "선을 넘지 마시오"라는 아주 간단한 명제지만, 그 적용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어떤 서킷은 연석 뒤에 자갈밭(Gravel)이 있어 나가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줄어들어 손해를 보지만, 어떤 서킷은 포장도로가 넓게 깔려 있어 밖으로 나갈수록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습니다. 스튜어드는 '지속적인 이득(Lasting Advantage)'을 얻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하지만 시청자 눈에는 그저 '선을 밟았냐 안 밟았냐'가 더 직관적으로 보입니다.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잡는다는 불공정함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지점입니다. 특히 레이스 막판, 0.5초 차이로 치열하게 순위가 결정되는 순간에 트랙 리밋 위반으로 페널티가 부과되어 순위가 책상 위에서 바뀌면, 레이스가 트랙 위가 아닌 심판실에서 결정된 것 같은 찜찜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한, 페널티의 강도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팬들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상대를 벽에 들이받게 하여 리타이어 시킬 정도로 큰 사고를 냈는데 10초 페널티에 그치고, 피트 레인에서 속도를 아주 조금 위반했는데 5초 페널티를 받는 것을 보면 "이게 과연 공정한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F1 규정은 원칙적으로 '결과'가 아닌 '행위' 자체를 처벌한다고 합니다. 즉, 사고로 상대가 크게 다쳤든 살짝 긁혔든, 그 원인을 제공한 행위의 위험성만을 놓고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감정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결과가 참혹한데 처벌이 솜방망이처럼 느껴진다면, 이를 이성적으로 납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규정 적용의 비일관성은 F1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며, 기존 팬들에게도 끊임없는 논쟁의 불씨를 제공합니다.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의 판정이 만드는 서사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 모든 판정을 내리는 '스튜어드(Steward)'가 매 경기 바뀐다는 점이었습니다. F1은 고정된 심판진이 1년 내내 전 경기를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직 드라이버를 포함한 전문가 그룹이 그랑프리마다 로테이션으로 구성됩니다. 이는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고 특정 심판의 편향이나 유착을 막기 위한 장치이지만, 역설적으로 판정의 일관성을 해치는 주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공격적인 레이싱을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스튜어드 그룹은 "Let them race(그냥 달리게 둬라)" 기조를 선호하여 거친 몸싸움을 관대하게 봐주는 반면, 어떤 그룹은 규정집의 문구 하나하나를 엄격하게 적용합니다.

결국 F1의 판정은 기계가 아닌 인간이 내리는 것이기에 태생적으로 완벽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센서와 데이터가 있지만, 그 데이터를 해석하고 당시의 맥락, 드라이버의 의도,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판단에는 당시의 날씨, 챔피언십 경쟁 구도의 치열함, 심지어는 해당 드라이버의 과거 평판까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불완전함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공정해야 할 스포츠가 운이나 심판의 성향에 좌우되는 것이 불합리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그 '애매함'과 '논란' 또한 F1이라는 거대한 서사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판정에 대한 논란은 레이스가 끝난 후에도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토론을 만들어냅니다. 커뮤니티는 달아오르고, 유튜브에는 각종 분석 영상이 쏟아집니다. 만약 모든 것이 AI에 의해 칼같이 판정된다면 공정할지는 몰라도, 지금과 같은 얘깃거리는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억울한 페널티를 받고 분노의 질주를 보여주는 드라이버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적인 드라마를 봅니다. 혹은 교묘하게 규정의 허점을 파고드는 팀의 전략에서 지적 쾌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심판의 판정도, 날씨의 변수도, 기계의 고장도 모두 레이스가 주는 거대한 스토리의 한 조각인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이 만드는 스포츠의 매력일지도 모릅니다.

결론

F1의 페널티 판정은 여전히 어렵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100% 만족스러운 판정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게 왜 벌이야?"라는 불만은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우리 팬들의 입에서도 계속해서 터져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 모호함은 규칙이 단순히 허술해서가 아니라, 시속 300km로 극한의 경쟁을 펼치는 이 스포츠가 가진 본질적인 복잡함 때문이라는 것을요. 규정집의 차가운 문구와 트랙 위의 뜨거운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고, 스튜어드들은 그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판정을 절대적인 정의로 받아들이기보다, 레이스를 구성하는 하나의 강력한 변수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타이어가 펑크 날 수 있듯이, 엔진이 갑자기 멈출 수 있듯이, 억울한 판정도 언제든 내 드라이버에게 닥칠 수 있는 시련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은 한결 편해집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불운이 행운으로 바뀌어 돌아오는 날도 있을 테니까요. 불완전한 판정이 만드는 억울함과 환희, 그 혼돈 속에서도 묵묵히 액셀을 밟아야 하는 드라이버들의 운명.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불친절하고 복잡한 스포츠를 끊을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요? 비록 판정은 머리로 이해되지 않아도, 그 치열함만큼은 가슴 깊이 이해되기에 우리는 오늘도 밤잠을 설치며 중계를 지켜보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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