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F1, 본능의 질주(Drive to Survive)'가 그렇게 재밌다길래, 큰맘 먹고 주말 밤 생중계를 틀었습니다. 기대감에 부풀어 맥주 한 캔을 땄죠.
그런데 10분 뒤, 저는 소파에서 졸고 있었습니다.
"윙~ 윙~" 하는 벌떼 같은 엔진 소리는 자장가 같았고, 똑같이 생긴 차들은 뱅글뱅글 돌기만 하고... 도대체 이게 무슨 재미인지, 누가 이기고 있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거든요.
체육학을 전공하고 모든 스포츠를 사랑하는 저조차도 F1의 첫인상은 '최첨단 수면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는 광팬이 되었죠. 오늘부터 F1이라는 신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하기 위해, 먼저 "우리가 F1을 보다가 포기하는 3가지 이유"부터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합니다.
1. "차가 다 똑같이 생겼는데 누가 누구야?"
축구는 등번호나 얼굴이라도 보이고, 야구는 타석에 한 명씩 나오니 구분이 됩니다. 그런데 F1은 헬멧을 쓰고 있어서 얼굴도 안 보이는데, 차들이 시속 300km로 지나갑니다.
초보자 눈에는 그냥 '빨간 차(페라리)', '파란 차(레드불)', '은색 차(메르세데스)' 정도로만 보입니다.
심지어 같은 팀 차가 2대씩 달립니다. 똑같은 색깔 차 두 대가 지나가면 "방금 걔가 걔야? 아니면 다른 애야?" 하다가 순서를 놓칩니다. 내가 응원할 대상을 찾지 못하니 감정이입이 안 되고, 결국 화면 속 색깔들의 행진으로만 보이게 되는 것이죠.
2. "왜 1등이 1등이 아니야?" (피트인 시스템)
다른 레이싱 게임이나 달리기는 맨 앞에 있는 사람이 1등입니다. 아주 직관적이죠. 하지만 F1은 다릅니다.
분명히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1등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타이어를 갈러 들어갑니다(피트인). 그러고 나왔더니 5등이 되어 있습니다.
해설자는 "아직 1등 선수가 피트인을 안 했으니, 사실상 5등인 저 선수가 1등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눈에 보이는 순위와 실제 순위(가상 순위)가 다르다는 점, 이것이 입문자들의 머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진입 장벽입니다.
3. 해설이 너무 어렵다: 용어의 장벽
야구 중계를 보는데 "인필드 플라이", "보크" 같은 용어를 모르면 재미가 없듯, F1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설진은 너무나 당연하게 전문 용어를 쏟아냅니다.
- "언더컷(Undercut)을 시도하네요!" (머리를 자르나?)
- "DRS 존이라 추월이 쉽습니다." (DRS가 뭔데?)
- "섹터 2에서 옐로 플래그입니다." (노란 깃발?)
화면에 뜨는 복잡한 그래픽과 해설자의 외계어를 듣다 보면, 스포츠를 보는 게 아니라 수학 수업을 듣는 기분이 들어 채널을 돌리게 됩니다.
4. 하지만, 이 벽만 넘으면 '신세계'가 열린다
저 역시 이 과정을 겪었습니다. F1이 재미없는 이유는 '아는 만큼 보이는 스포츠'의 끝판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기본적인 규칙과 팀, 그리고 드라이버들의 서사(스토리)를 딱 한 번만 이해하고 나면, 그 어떤 스포츠보다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0.00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고, 타이어 하나 때문에 1,000억 원을 날리는 드라마가 매주 펼쳐지니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F1 완전 정복 시리즈]를 통해 복잡한 용어는 빼고, 직관적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핵심 꿀팁만 떠먹여 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편(응원할 팀)'을 정하는 것입니다. 10개의 팀과 20명의 드라이버, 도대체 누가 제일 잘하고 누가 제일 웃긴 놈일까요?
다음 글에서는 [F1 입문 2일차] F1은 '자동차 경주'가 아니다: 시속 300km로 두는 '초고속 체스' 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F1도 사랑하는 체육 전공자, '스포츠가 좋아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