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F1 입문 5일차] F1을 이해하게 만든 진짜 주인공은 엔진이 아니라 '타이어'였다

by rootingkakao 2026. 1. 10.

F1 입문 초기, 중계를 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점이 있습니다. 해설자들이 "우와! 페라리 엔진 소리 죽이네요!"라고 할 줄 알았는데, 2시간 내내 타이어 이야기만 하는 겁니다.

"타이어가 다 갈렸네요.", "그레인(Grain)이 생겼습니다.", "하드 타이어로 버틸 수 있을까요?"

처음엔 생각했죠. "아니, 자동차 경주에서 왜 자꾸 고무 타령이야? 그냥 튼튼한 거 끼고 빨리 달리면 되는 거 아냐?"
하지만 타이어의 색깔을 구분하고 그 성질을 이해한 순간, 윙윙거리던 소음이 갑자기 '해설'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F1이라는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 '피렐리 타이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F1 타이어 종류 소프트 미디엄 하드 타이어의 차이점과 마모된 타이어 표면 질감

1. 신호등만 기억하세요: 빨강, 노랑, 흰색

복잡한 용어는 필요 없습니다. F1 타이어는 옆면의 띠 색깔로 성능이 결정됩니다. 이것만 외우면 중계 화면의 50%가 이해됩니다.

  • 🔴 소프트 (Soft / 빨강): 단거리 스프린터. 엄청난 접지력으로 가장 빠르지만, 지우개처럼 빨리 닳아서 10~15바퀴면 수명이 끝납니다. 주로 예선전이나 경기 막판 추월용으로 씁니다.
  • ⚪️ 하드 (Hard / 흰색): 마라토너. 고무가 딱딱해서 속도는 느리지만, 오래오래 버팁니다. 피트 스톱을 하기 싫을 때 쓰는 '존버용' 타이어입니다.
  • 🟡 미디엄 (Medium / 노랑): 올라운더. 속도와 내구성이 딱 중간입니다. 가장 무난하게 많이 쓰입니다.

2. 빠름 vs 오래감: 영원한 딜레마

F1의 모든 전략은 이 타이어 선택에서 나옵니다.
A 선수는 빨간색(소프트)을 끼고 초반에 미친 듯이 도망가는 작전을 짭니다.
B 선수는 흰색(하드)을 끼고 "네가 타이어 다 닳아서 피트 인할 때 나는 멈추지 않고 역전하겠다"는 작전을 짭니다.

이 서로 다른 작전이 충돌할 때 F1의 명장면이 나옵니다.
"쫓아가는 자(낡은 타이어) vs 도망가는 자(새 타이어)"의 추격전. 이것이 F1이 단순한 달리기 시합이 아니라 '타임 어택 게임'인 이유입니다.


3. "타이어가 죽었어(Tires are gone)"

F1 드라이버들이 무전으로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타이어 수명이 다 되면 차는 빙판 위를 달리는 것처럼 미끄러집니다.
타이어가 닳아서 속도가 랩당 2~3초씩 느려지는 것을 '절벽(Cliff)을 만났다'고 표현합니다.

중계 화면에서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휘청거리거나, 코너에서 연기를 뿜으며 밖으로 밀려난다면? 그건 드라이버 실수가 아니라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 해설자는 소리칩니다. "들어와야죠! 더 이상은 못 버팁니다!"


4. 중계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타이어를 알고 난 뒤, 저는 화면 오른쪽 아래에 있는 '타이어 그래픽'만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어? 1등인 베르스타펜은 낡은 하드 타이어인데, 2등 해밀턴이 새 소프트 타이어를 끼고 쫓아오네? 5바퀴 남았는데 잡힐까?"
이 긴장감은 타이어의 특성을 모르면 절대 느낄 수 없는 재미입니다. 그냥 차 두 대가 달리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무기를 든 검투사들의 싸움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죠.


5. 글을 마치며

엔진은 차를 달리게 하지만,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타이어입니다. 다음 경기를 보실 때는 선수 이름보다 '타이어 색깔'을 먼저 확인해 보세요. "아, 쟤는 지금 승부를 걸었구나", "쟤는 버티기 들어갔구나"가 한눈에 보일 것입니다.

자, 그런데 타이어가 다 닳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새 걸로 갈아끼워야겠죠. 그런데 F1에서는 이 단순한 타이어 교체 작업이 0.1초를 다투는 예술의 경지로 승화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F1 입문 6일차] 왜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출까? 승부를 뒤집는 2초의 마법, '피트 스톱(Pit Stop)'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체육 전공 F1 팬, '스포츠가 좋아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