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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팀/머신 2일차] Red Bull Racing은 왜 항상 앞에 있을까: '음료수 회사'가 자동차 명가를 이기는 법

by rootingkakao 2026. 1. 21.

F1에 처음 입문했을 때, 순위표 맨 꼭대기에 있는 'Red Bull'이라는 이름을 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자주 사 먹던 그 '힘이 솟아나요' 음료수 회사가 맞나 싶었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F1에는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맥라렌 같은, 100년 가까이 자동차만 만들어온 뼈대 굵은 명가들이 즐비합니다. 엔진 기술부터 차체 설계까지 수십 년의 노하우를 가진 그들을 제치고, 어떻게 고작 음료수 회사가 만든 팀이 F1 판을 지배하고 있는 걸까요?

처음에는 단순히 드라이버(막스 페르스타펜)가 운전을 기가 막히게 잘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혹은 돈이 많아서 좋은 부품을 사다 썼겠거니 했죠. 하지만 경기를 계속 챙겨 보고, F1의 기술적인 면을 파고들면서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레드불은 단순한 마케팅 팀이 아니라, F1 역사상 가장 치밀하고 변태적일 정도로 기술에 집착하는 '공학 집단'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레드불이 왜 항상 1등일 수밖에 없는지, 그들이 가진 무서운 '우승 DNA' 세 가지를 해부해 드립니다.



F1 레드불 레이싱 머신 공기역학 디자인과 압도적인 주행 성능을 보여주는 윈드 터널 시각화 이미지

1. 엔진보다 무서운 것: "공기를 조각하는 사람들"

F1은 엔진 힘만 좋다고 이기는 단순한 경주가 아닙니다. 시속 300km가 넘어가면 자동차는 비행기처럼 이륙하려고 합니다. 이때 차를 지면으로 꾹 눌러주는 힘, 즉 '다운포스(Downforce)'가 얼마나 강력하냐에 따라 코너링 속도가 결정됩니다.

페라리와 메르세데스가 "더 강력한 엔진!"을 외치며 출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때, 레드불은 "공기를 어떻게 흘려보낼 것인가"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레드불의 기술 총괄인 '아드리안 뉴이'라는 천재 엔지니어의 존재는 F1 팬들 사이에서 신과 같습니다. 그는 바람의 흐름을 눈으로 본다고 할 정도로 공기역학 설계의 정점에 있는 인물입니다.

레드불의 머신을 자세히 보면 다른 팀들과 다르게 차체가 매우 날렵하고 기괴하게 깎여 있습니다. 이 덕분에 레드불의 차는 코너를 돌 때 마치 바닥에 본드로 붙여놓은 것처럼 안정적으로 돌아나갑니다. 다른 팀 차들이 미끄러지고 흔들릴 때, 레드불은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깔끔하게 라인을 그려냅니다. 드라이버가 아무리 거칠게 몰아도 차가 다 받아주는 것이죠. 즉, 레드불의 우승은 드라이버의 개인기 덕분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압도적인 기계 공학의 승리'라고 봐야 합니다.


2. 1.82초의 기적: 완벽을 넘어선 집착

제가 레드불을 단순한 강팀이 아니라 '위대한 팀'이라고 인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피트 스톱(Pit Stop) 장면이었습니다. 타이어 4개를 교체하는 그 짧은 순간에 팀의 수준이 드러납니다.

보통 다른 팀들은 타이어 교체에 2.5초에서 3초 정도가 걸립니다. 실수하면 4초, 5초까지 늘어나기도 하죠. 그런데 레드불 미케닉들은 마치 기계처럼 움직입니다. 그들이 세운 세계 신기록은 무려 '1.82초'입니다. "우웅~" 하고 차가 들어왔다 싶으면 이미 타이어가 바뀌어 있고 차는 출발합니다. 눈 한번 깜빡이면 상황이 종료되어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미케닉들의 손이 빨라서가 아닙니다. 체육학적으로 볼 때, 이는 수천 번, 수만 번의 반복 훈련(Drill)과 완벽한 신체 협응력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그들은 비시즌에도 체육관에서 타이어 가는 연습만 하루 종일 한다고 합니다. 0.1초라도 줄여서 드라이버를 도와주려는 팀원들의 광기 어린 집념. 드라이버가 트랙 위에서 싸울 때, 나머지 팀원들은 0.01초라도 줄이기 위해 자신의 한계와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팀이 우승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요?


3. 잃을 게 없는 '야생마'의 본능

레드불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팀 컬러'입니다. 페라리나 메르세데스 같은 자동차 대기업 팀들은 기업의 이미지를 생각해서인지 전략이 다소 보수적입니다. 임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안전한 선택을 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태생이 '익스트림 스포츠'를 후원하는 에너지 드링크 회사인 레드불은 거침이 없습니다. "못 먹어도 고!"라는 식의 과감한 승부수가 레드불의 전매특허입니다.

경기 중에 비가 올 것 같은 애매한 상황이 되면, 레드불의 전략 팀은 망설임 없이 드라이버를 부릅니다. "지금 들어와! 타이어 바꿔!" 남들이 주저할 때 가장 먼저 칼을 뽑아 듭니다. 설령 그 작전이 실패하더라도 그들은 드라이버를 탓하거나 주눅 들지 않습니다. "아, 실패했네. 다음엔 더 공격적으로 가자." 하고 쿨하게 넘깁니다. 이 야생적인 공격성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트랙 위에서 경쟁자들을 질리게 만듭니다. 그들은 레이싱을 고상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피 튀기는 '전쟁터'로 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4. 글을 마치며: "음료수 팔아서 우승했다"는 찬사

레드불 레이싱이 항상 맨 앞에 있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들은 F1을 단순히 '자동차를 많이 팔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F1은 '극한의 기술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무대' 그 자체입니다.

남들이 엔진을 연구할 때 공기를 연구하고, 남들이 휴식을 취할 때 타이어 교체 연습을 하고, 남들이 주저할 때 액셀을 밟는 팀. 그래서 레드불에게 "음료수 회사가 감히?"라는 말은 이제 모욕이 아니라 최고의 찬사가 되었습니다.

지금 F1에 입문해서 어떤 팀을 응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하고, 가장 화끈한 레드불을 선택해 보세요. 적어도 "답답해서 못 보겠다"는 말은 절대 나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레드불과 정반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매주 팬들의 뒷목을 잡게 만드는 '애증의 팀'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자존심이자 F1의 역사 그 자체인 팀, 바로 '페라리'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F1 팀/머신 3일차] Ferrari를 보면 항상 마음이 복잡해지는 이유: 100년 전통의 무게와 이탈리아 특유의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체육 전공 F1 팬, '스포츠가 좋아요'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