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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팀/머신 5일차] McLaren은 왜 '부활'이라는 말을 듣나: 꼴찌에서 우승권까지, F1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 스토리

by rootingkakao 2026. 1. 24.

스포츠에서 '명가 재건'만큼 가슴 뛰는 스토리는 없습니다. 몰락했던 왕조가 긴 암흑기를 뚫고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 모습은 언제나 팬들을 울컥하게 만들죠. F1에도 그런 팀이 있습니다. 바로 선명한 주황색, '파파야 오렌지' 컬러가 상징인 맥라렌입니다.

제가 F1에 입문했을 때 맥라렌의 위치는 참 애매했습니다. 역사책을 보면 아일톤 세나, 알랭 프로스트 같은 전설들이 탔던 위대한 팀이라는데, 정작 TV에 나오는 모습은 중위권에서 허덕이거나 하위권 팀들과 밥그릇 싸움을 하는 신세였거든요. 심지어 엔진 성능이 너무 안 좋아서 드라이버가 경기 도중 "이건 F1 엔진이 아니야! GP2(2부 리그) 엔진이야!"라고 절규하는 무전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습니다.

"아, 옛날에만 잘 나갔던 팀이구나." 그렇게 잊혀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맥라렌은 기적 같은 일을 해냈습니다. 시즌 초반엔 꼴찌를 다투던 차가, 시즌 중반이 되자 갑자기 1등 팀인 레드불을 위협하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F1 역사상 시즌 중에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성능을 끌어올린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오늘은 '맥라렌의 부활'이 왜 F1 팬들에게 희망이자 충격인지, 그 과정을 체육학 전공자의 시선으로 분석해 봅니다.



F1 맥라렌 팀의 암흑기와 부활한 현재의 모습을 대비한 파파야 오렌지 머신의 질주

1. 명가의 몰락: "우린 더 이상 챔피언 팀이 아니다"

맥라렌의 추락은 뼈아팠습니다. 페라리, 메르세데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팀이 어느 순간부터 '중위권의 왕(Best of the Rest)'에 만족하기 시작했습니다. 1등은 못 하지만, 나머지 중에서는 제일 잘한다는 자위였죠. 하지만 F1에서 중위권은 늪과 같습니다. 예산은 한정적이고, 상위권 팀들과의 기술 격차는 점점 벌어집니다.

가장 큰 문제는 '패배주의'였습니다. "어차피 우린 레드불 못 이겨." 팀 내부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었습니다. 차를 업데이트해도 성능은 제자리걸음이었고, 팬들은 떠나갔습니다. 과거의 영광에만 취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몰락한 명문가'의 모습이었습니다. 2023년 시즌 초반, 맥라렌이 개막전에서 처참한 성적을 거두며 사실상 꼴찌 경쟁을 할 때만 해도, 이 팀의 부활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2. 기적의 오스트리아 GP: 업데이트의 마법

그런데 2023년 여름, 오스트리아 그랑프리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맥라렌이 대규모 차량 업데이트(Spec B)를 들고 나왔는데, 그 성능이 말도 안 되게 좋아진 것입니다. 보통 F1에서 시즌 중 업데이트로 0.1~0.2초를 줄이는 건 흔하지만, 맥라렌은 단숨에 0.5초 이상을 줄여버렸습니다.

갑자기 꼴찌권이던 차가 챔피언인 막스 페르스타펜의 뒤를 맹추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해설자들도 당황하고, 경쟁 팀들도 경악했습니다. "도대체 차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새로 부임한 팀 감독 '안드레아 스텔라'의 리더십 아래, 기술 부서를 완전히 갈아엎고 공기역학 트렌드를 과감하게 수용한 결과였습니다. 실패를 인정하고, 경쟁자(레드불)의 장점을 빠르게 흡수하여 우리 것으로 만드는 유연함. 그것이 맥라렌을 순식간에 우승 후보(Contender)로 끌어올렸습니다. F1에서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이 실현된 드문 사례입니다.


3. 미래를 책임질 '파파야 듀오': 랜스 노리스 & 오스카 피아스트리

팀의 부활에는 '사람'도 한몫했습니다. 현재 맥라렌은 F1에서 가장 젊고 재능 있는 드라이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랜도 노리스'는 암흑기 시절부터 팀을 지켜온 소년 가장입니다. 항상 웃는 얼굴이지만 실력만큼은 진짜배기죠. 여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오스카 피아스트리'가 합류했습니다.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베테랑들을 위협하는 이 '슈퍼 루키'의 등장은 팀에 엄청난 긴장감과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두 젊은 드라이버가 서로 경쟁하며 차의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내는 모습은, 노쇠해 가는 다른 팀들과 대비되며 맥라렌을 '가장 힙하고 젊은 팀'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맥라렌의 피트 박스는 패배감 대신 "오늘도 포디움(시상대)에 올라가자!"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4. 글을 마치며: 변화는 가능하다

맥라렌의 부활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F1은 돈 많고 기술 좋은 팀이 다 해 먹는 고인 물 판"인 줄 알았지만, 올바른 방향성과 과감한 결단이 있다면 꼴찌도 1년 만에 1등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저는 주말마다 주황색 차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기대하며 경기를 봅니다. 그들은 더 이상 과거의 명문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우승 후보'니까요. 여러분도 언더독의 반란을 좋아하신다면, 지금 바로 맥라렌의 팬(Papaya Army)이 되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맥라렌이 부활하자, 그동안 "차가 안 좋아서 성적이 안 나온다"라고 변명하던 드라이버들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차가 빨라졌는데도 성적을 못 내는 드라이버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졌거든요.

다음 글에서는 [F1 팀/머신 6일차] 같은 드라이버인데, 차가 바뀌면 왜 사람이 달라 보일까: F1은 장비 빨인가 실력 빨인가 2탄 (이적생과 머신의 궁합)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체육 전공 F1 팬, '스포츠가 좋아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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